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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림장애인학교(교장 정진호)에서 공부하는 연초록(35)·김진우 학습자(30)가 지난 4월 9일 치러진 ‘2022년 제1회 고졸 검정고시’에 당당히 합격했다.
이번 검정고시에는 두드림장애인학교 학습자 총 11명(초졸 3명·중졸 3명·고졸 5명)이 응시, 연초록·김진우 학습자 외에도 5명이 각 과목에서 합격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초·중·고졸 검정고시는 과목별 100점 만점,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 득점하면 합격이다. 고졸 검정고시 수험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도덕, 한국사 등 7개이며 평균점수가 60점 이하여도 60점 이상 득점한 과목은 다음 시험 응시가 면제된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두 사람이 쏟아낸 담백한 진심과 지난 스토리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분명한 한 가지, 두 사람은 관성(慣性)이 아닌 정성(精誠)으로 하루하루를 빚어냈고 결국 원하는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같았다.
지난 2011년 입학한 ‘연초록 학습자’는 무려 11년 만에 합격증을 손에 넣은 집념의 아이콘이다. 올해 결혼 10년 차를 맞았다는 연 학습자는 한 사람의 아내이자, 엄마이면서 학교 행정담당 직원인 동시에 학생이기까지 한 ‘슈퍼 멀티플레이어’다.
연 학습자는 “가사, 육아, 행정업무, 공부를 병행하느라 합격이 많이 늦어진 것 같다”며 “힘들 때면 같은 학교 학생인 신랑과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끊임없이 용기를 줬고, 교장·교감 선생님을 비롯한 과목 선생님들이 잘 지도해주신 덕분에 끈질기게 도전할 수 있었다”면서 수줍은 듯 웃어 보였다.
지난 2020년 입학한 ‘김진우 학습자’는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년여 만인 지난해 9월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이번에는 약 7개월 만에 고졸 검정고시까지 합격한 그야말로 ‘사기(?) 캐릭터’다.
김 학습자는 “이번 고졸 검정고시 준비에 집중하려 직장을 잠시 그만둔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며 “학습 내용을 짧은 시간에 이해하고 암기하기 상당히 벅찼는데 시간적 여유가 생긴 만큼 반복할 수 있었고, 교장·교감 선생님과 각 과목 선생님들의 말씀을 잘 들었더니 예상보다 빨리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겸손하게 얘기했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감사 표현도 빼놓지 않았다. 연 학습자는 “그동안 사회, 도덕 과목을 어렵게 생각했고 매번 결과도 실망스러웠는데 이번에는 진우가 많이 도와준 덕분에 합격한 것 같아 너무 고맙다”고 얘기했다.
김 학습자는 “한국사 과목이 특히 어려웠는데 초록 누나가 일타강사(일등스타 강사)처럼 쉽게 잘 알려줘서 이해가 수월했고, 공부할수록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들려주는 ‘미래’에는 ‘만족’이나 ‘안주’가 비집고 들어올 작은 틈조차 없다. 연 학습자는 “같이 응시한 신랑과 함께 합격하지 못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부터 신랑은 물론 학교 내 동료 학습자의 검정고시 합격을 힘껏 도울 예정”이라고 얘기했다.
이어 “앞으로는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싶다”면서 “동등한 입장에서 나보다 더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봉사함은 물론, 신랑과 아들에게 당당한 아내이자 엄마이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 학습자는 “이제 겨우 큰 산 하나 넘었다고 생각하고 이후에는 대학에 진학해 프로그래밍 등 컴퓨터와 관련된 학문을 배우고 싶다”면서 “평범한 아들들처럼 당당히 취직해서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싶고,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도 꾸리고 싶다”며 희망을 내비쳤다.
전청희 교감은 “희망을 잃지 않고 도전을 이어가는 모습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데 당당히 합격까지 해 너무 대견하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배움을 이어 온 두드림장애인학교 학습자 모두가 각자의 목표를 이룰 때까지 함께 기쁜 땀 흘리겠다”고 말했다.
정진호 교장은 “이번 쾌거는 어쩌다 걸린 행운이 아닌, 한결같은 숱한 노력의 날들이 일궈낸 필연”이라며 “학습자들의 노력이 점차 결실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차고, 두드림장애인학교의 모든 선생님과 무한한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