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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피부묘기증’을 앓고 있어 2개월 마다 피부과 진료를 받고, 증상이 나타나는 2~3일 주기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는 아내이기에 기자는 대수롭지 않게 약 복용을 권했다.
인구의 약 5% 정도에게 나타난다는 이 병은 심한 가려움을 동반하고 약으로 증상조절은 가능하나 명확한 원인·뚜렷한 치료방법이 없어 아내에게는 오랜 골칫거리다.
한참 약 상자를 뒤적이던 아내는 곧 ‘당황’이 담긴 어투로 자책했다. 처방받은 약이 남아있지 않다고, 바빠서 병원·약국에 갈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하는 아내의 표정은 근심과 실망이 뒤섞였다.
빨리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아내는 밤새 가려움과 싸울 것이 분명했다. 우리는 해당 약의 경우 의사 처방이 없어도 구매가 가능(극소량)하고 관내 약국 중 아직 문을 연 곳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검색을 시작했다.
하지만 곧 또 한 번 당황했다. 관내 약국 중 23시 이후까지 운영하는 약국은 없었기 때문이다. 포천, 양주, 의정부까지 검색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너무 늦었지’, ‘조금만 일찍 증상이 나타났다면’, ‘진작 병원·약국에 다녀올 걸’ 등 체념 섞인 말과는 달리 손과 눈은 검색을 포기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새벽1시까지 운영하는 ‘공공 심야약국’이 연천에 있다는 사실을 인터넷에서 확인, 부리나케 전화를 걸었다. ‘새벽1시까지 운영하며 필요한 약 구매가 가능하다’는 답변에 우리는 지체 없이 연천으로 달려갔고 폐점 20분전에야 약을 구매 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궁금했다. 공공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고민하는 두 도시의 약국 운영은 왜, 무엇 때문에 차이를 보이는지. 이튿날, 시 관계자에게 문의하니 관내 약국 43곳 중 심야(23:00이후)에 운영하는 약국은 없고 심야운영은 자율이라 지자체에서 강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아울러 시는 공공 심야약국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매년 희망 약국을 모집 중이나 운영비(인건·유지비 등)문제, 이용객 저조, 안전상비약의 편의점 구매 가능 등을 이유로 희망 약국 모집이 어렵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또한 공공 심야약국 필요성을 인식중이니 협의를 지속해 시민불편을 최소화 할 계획이라고 했다.
연천군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는 사뭇 달랐다. 군은 지역 공공의료서비스 업그레이드를 목표로 ▲심야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 ▲자가진단에 의한 의약품 오남용방지 ▲전문약사에 의한 안전한 복약지도 ▲경증환자의 불필요 응급실 이용 최소화를 위해 올해 2월부터 희망하는 1곳을 대상으로 공공 심야약국을 운영 중이다.
이를 위해 군은 예산을 투입해 운영비 일부를 지원중이며 7개월 동안 심야시간대 총 이용객은 3581명, 월 평균 511명 이상의 환자들이 공공 심야약국 도움을 받은 선명한 데이터를 누적중이다.
약국은 지역 보건의료팀 일원으로 1차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전문 보건의료기관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약국의 역할을 1차 보건의료팀 일원으로 약의 조제·단순판매보다 환자건강을 우선하는 환자 지향적 약국으로 강조한다.
시에서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추진하는 도립의료원 유치·제생병원 개원은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불분명하다. 현재 상태에서 공공의료의 빈틈을 보완할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무엇인지, 전국 다수의 지자체들이 심야약국을 왜·어떻게 운영하는지, 시민의견은 어떤지 다각도로 검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람은 언제, 어떻게, 얼마나 아플지 예측 못하고 심각성을 자가진단 할 수 없다. 개인적 해프닝에서 출발한 취재였으나 관내에 시장논리보다 환자를 우선하는, 혹시 모를 1명의 환자를 위해 심야에도 불을 밝히는 약국이 있다면 공공의료 사각지대인 동두천 10만 시민이 한결 든든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