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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인터뷰

Trend&Issue / 동두천 ‘한통술’이노베이션

GN시사신문 기자 입력 2022.02.22 14:00 수정 2023.06.15 10:19

임금님이 마시던, ‘와인’같은 ‘꽃막걸리’가 동두천에!


우리네 희로애락(喜怒哀樂)에는 늘 ‘술’이 빠지지 않는다. 이는 먼 옛날부터 이어진 전통일 것이다. 우리는 기쁠 때, 화날 때, 슬플 때, 즐거울 때도 늘 술을 벗 삼아 저마다의 감정을 나누고 추슬러 왔다.

술 중에서도 ‘어르신들의 술’이자 장년층의 전유물이던 막걸리가 최근 확 달라졌다. 투박한 이미지를 걷어내고 세련미를 장착하며 레트로를 선호하는 MZ세대에게 ‘힙걸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아울러 많은 셀럽(Celeb)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막걸리를 예찬했고, 홍대나 강남 등 젊음이 넘실대는 거리에서 막걸리의 인기는 연일 상종가를 경신 중이다.

막걸리의 심상찮은 열풍을 그저 지켜보던 중 동두천에서 탄생했다는 ‘명품 막걸리’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달려갔다.

쇠목길을 따라 20분쯤 달렸을까. 한적한 길 사이 빼곡하게 자리 잡은 나무들은 겨울의 끝자락에서 봄맞이 준비에 분주한 듯했고, 차창 틈으로 들이치는 냉기는 그 위세가 한풀 꺾인 듯 느껴졌다.

쇠목길 325-2번지에 다다르니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한통술’이 시야에 들어온다. 발길을 안으로 옮기니 은은하게 퍼져있는 술 내음이 고소하면서도 달큰하다. 이내 유럽식 맨번(manbun)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김용완 교수(68)’가 반갑게 맞아준다.

김 교수는 1922년 문을 연 ‘마산대동양조장’의 3대 계승자다. 젊은 시절 공직에 몸담기도 했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연을 맺은 ‘술’ 연구의 길에 자연스레 들어섰고 ‘한국전통술계승원’을 설립해 수많은 제자를 양성하면서 국내 전통주 분야의 ‘명인’ 반열에 올랐다.

김 교수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은 자금 마련을 위해 주(酒)세법을 만들었고, 집집마다 빚던 1300여 가지의 우리 전통술을 불법화 시켰다”면서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막걸리는 일제강점기에 획일화·통일된 맛을 이어온 결과물인데, 많은 사람이 지금의 막걸리를 전통술로 알고 있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곳 한통술에서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명맥이 끊어졌던 다양한 우리 전통술을 복원하고 있다”며 “고려·조선시대에 왕의 술을 빚었던 기록과 고서(산가요록, 동의보감 등) 속 술 빚는 법에 이화학·미생물학을 접목, 현대 방식으로 재탄생 시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김 교수의 사무실은 과학자의 실험실을 연상케 할 만큼 숙성 기간과 재료에 차이를 두고 빚어낸 술 샘플들이 빼곡하게 차 있었다.


김 교수는 ‘좋은 누룩이 좋은 술을 만든다’고 힘줘 말하며 기자를 ‘누룩실’로 안내했다. 사방이 주황빛 황토로 채워진 누룩실 내부에는 볏짚마다 동그란 두부 같은 생김새를 한 누룩들이 말끔히 줄지어 있었고, 예상(?)과 달리 누룩이 발산하는 향기는 기분 좋게 은은했다.

 

김 교수는 “이 누룩들은 왕에게 진상하는 어주(御酒)를 만들 때 사용했던 ‘향온곡’이라며” “향온곡은 일반 누룩과 달리 밀, 보리, 녹두를 넣어 띄우며, 고문헌에는 향온곡으로 술을 빚으면 맛과 향이 탁월해 도저히 잊을 수 없으니 대중들이 알면 세상이 어지럽게 될 것이라고 극찬 받았다”고 설명했다

누룩실을 나온 김 교수는 10년 동안의 연구와 향온곡으로 빚어낸 역작, ‘한통의 구절초꽃술’과 ‘한통의 연꽃담은술’을 보여준다. 디자인부터 트렌디한 폰트와 컬러감이 젊은 세대의 눈길을 끌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어 구절초꽃술은 ‘연화주’, 연꽃술은 ‘애주’라는 이름으로 오래전부터 사랑받은 ‘진짜 한국 전통술’이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한통술이 선보이는 꽃막걸리는 세 차례의 담금과 100일의 저온숙성을 거쳐 느리게 탄생한 삼양주”라면서 “전통주는 발효 횟수에 따라 단양·이양·삼양주로 구분되는데, 고두밥과 누룩을 한 번에 발효시키는 단양주는 대부분의 시중 막걸리고, 삼양주는 밑술에 덧술을 두 차례 더한 명품 술”이라고 소개했다.

이윽고 김 교수는 기자에게 ‘구절초꽃술(8도·11도)’을 한잔 건넸다. 잔에 담기는 흐름은 기성 막걸리보다 부드럽게 느껴졌고, 잔과 코가 가까워지는 순간부터 확실한 차별성이 전해진다. 

 

첫 느낌은 ‘꽃향기’다. 싱그런 내음에 이끌려 한 모금 들이킨 직후부터 들국화 향이 입안을 휘감는다. 기존 막걸리와는 달리 ‘톡’쏘는 탄산이 거의 없어 목 넘김이 부드럽다. 부드러움 끝에 적당한 바디감, 옅은 달큰함과 산미가 감돌아 마치 와인을 연상하게 했다.

다음으로 ‘연꽃담은술(8도·11도)’을 건네받았다. 연꽃 향은 앞선 구절초꽃술의 싱그러움보다 달콤한 느낌이 강했다. 혀끝에 닿는 순간 연꽃의 향기와 자태가 입속을 휘저었고, 역시나 탄산은 적고 부드러웠으며 목 넘김 이후에도 꽃 향이 맴돌아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긴다.

김 교수는 “술을 발효할 때 발생하는 탄산에는 여러 유해물질이 포함되는데 이를 장시간 숙성해 완전발효 시키면 탄산과 함께 유해균이 사라진다”며 “이 때문에 한통술은 마신 뒤 숙취나 두통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한통술의 막걸리는 되도록 빨리 마셔야 하는 다른 막걸리와 다르게 시간이 흐를수록 맛과 향이 깊어진다”며 “1년이 지나면 묵직한 꽃 향이 감칠맛을 더하고, 3년이 지나면 오묘한 곡향이 입안 가득 피어오른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교수는 홍삼·인삼을 이용한 증류주, ‘심마니’라인(홍삼담은 꽃술, 인삼담은 꽃술)과 함께 반가(班家)의 여성들이 즐겨 먹었다는 떠먹는 막걸리를 소개했다. 특히 출시 예정인 ‘떠먹는 막걸리’는 막걸리를 요거트처럼 농밀하게 뭉쳐놓은 식감으로 앞서 맛본 막걸리보다 그 풍미가 월등히 진했다.

 

김 교수는 명품 막걸리와 진짜 전통주의 맛을 구현해내기까지 10년 동안 3000여 회에 이르는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한다. 김 교수는 “생화에서 느껴지는 꽃의 향기를 살리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꽃의 향은 발효와 숙성을 거치는 동안 변하기에 비율을 끊임없이 조절하고 각종 천연 재료를 조합한 실험을 거듭, 마침내 꽃향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비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술은 사람·자연·미생물·시간이 함께 빚는 것으로 계절에 따라 술 빚는 방법이 다르고, 말과 향, 품질이 다르다”며 “한통술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 과학적 양조 과정을 바탕으로 명품이라는 칭호가 손색없을 한국 술을 빚는 양조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 술’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며 자부심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먼저 오는 5월에는 그동안의 연구와 노력이 집대성 된 ‘미친(美親)한국 술’이라는 책을 출판, 전통 한국술에 관심 있는 누구나 술을 빚을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며 인근 대학과 ‘전통주 양조학과’ 신설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관내 3000평 규모의 양조장을 추가로 건립해 한국 술의 전통을 이어가고 싶은 청년들을 지도하는 한편, 다채로운 협업도 함께 구상 중이다.

김 교수는 “독일 맥주, 프랑스 와인, 일본 사케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 있다”며 “BTS, 오징어게임과 같은 문화 콘텐츠뿐만 아니라 전통 한국 술도 세계를 휩쓸만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얘기했다.

이어 “단순히 술을 빚어내고 마시는 것에서 벗어나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싶다”면서 “명품 막걸리 펍(Pub)이 있고, 100가지 전통주가 가득한 명소 조성을 위해 동두천시와의 협업도 희망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김 교수는 “문헌 속 전통 한국 술을 되살리고 명맥을 이어가는 것은 우리의 정신적 유산을 복원·기록하는 동시에 후대에 전파하는 숭고한 일”이라며 “전통 한국 술의 가치와 진정성이 오롯이 전달될 때까지 변함없이 이 행복한 여정을 이어가겠다”고 얘기했다.


한통술 홈페이지: 포털 사이트-한통술 검색
한통술 주류 구매: 네이버-스마트 스토어-한통술 검색
한통술 대표 SNS: 인스타그램-한통술 검색
문의전화: ☎1588-7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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