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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문화/스포츠

명소탐방 / 연천 ‘고랑포구역사공원’

GN시사신문 기자 입력 2021.11.22 13:52 수정 2022.05.20 13:53

분단이 바꿔놓은 포구, 과거의 영광을 찾아서


‘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 흘러내리고 뭇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 가니 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중·장년층에게는 가수 양희은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서정적 가사로 널리 알려졌고,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OST로 채택되면서 젊은 세대에까지 친숙한 노래 ‘임진강’이다.

노래 가사처럼 ‘고랑포’는 지금도 맑은 물길을 자랑하는 임진강의 종점이자 경기 북부 포구의 중심이었고, 고대부터 군사적 요충지인 동시에 수상교통·교역의 요지였다.

과거에는 공격·방어가 용이해 군사기지로 주목받던 고랑포 인근은 1890년, 개항기를 거치며 곡물의 주요 수출지로 널리 이용됐다. 산으로 둘러싸여 내륙 통행이 불편했던 지리적 특성을 고랑포구가 보완한 것이다.

자연히 고랑포구는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인 ‘화신백화점’ 분점이 들어섰을 정도로 위로는 개성, 아래로는 한성의 물자와 사람을 연결하며 경기 북부 상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6.25 전쟁과 남북분단을 겪으며 임진강을 기점으로 접경지역이자 군사지역이 돼버린 고랑포는 자연스레 쇠락했고, 포구를 가득 메웠던 집과 점포들은 모두 사라졌다. 또 분단 전에는 황해도, 휴전 이후에는 파주였다 연천으로 행정구역이 여러 차례 바뀌는 질곡도 겪었다.

현재는 임진강을 가로지르는 고즈넉한 들판과 철조망, 수천 년 전 고구려 치안의 한 축을 담당했던 호로고루 성벽만이 먼 후손의 땅을 지키고 있다.

이곳에 옛 연천의 부흥기와 역사를 다양한 전시 및 체험을 통해 기억할 수 있는 ‘신흥 관광명소’가 생겼다. 연천군 장남면(장남로 270)에 위치한 ‘고랑포구역사공원’은 지난 2019년 5월 10일에 개관, 성황리에 운영 중이다.

고랑포구역사공원이 연천의 힐링 데이트코스, 가족 나들이 장소 등으로 각광 받으며 ‘지역 핫플(Hot place)’로 부상했다는 소식을 접한 기자는 망설임 없이 고랑포구로 달려갔다.

인적 드문 시골길을 구불구불 지나 주차한 후 맑은 공기를 흠뻑 들이마셨다. 느긋하게 주위를 둘러보자 왼쪽으로는 ‘군사지역’으로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판이, 오른쪽 윗길로는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의 능을 안내하는 팻말이 보였다.

박물관 입장 전, 바로 앞에 우뚝 서 있는 말 ‘레클리스(Reckless, 무모하다)’ 동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원래 ‘아침해’라는 이름을 가졌던 이 말은 한국에서 태어나 경주마로 활동하다 1952년에 미 해병대에 ‘입대’하게 되고, 입대와 동시에 ‘레클리스’라는 새 이름을 받았다. 총성이 가득한 전장에서도 늘 침착하게 탄약수송을 담당하며 이름값(무모하다)을 제대로 해낸 공으로 무공훈장 등 5개 훈장을 받고 ‘하사’ 계급장까지 단 명마다.

바로 옆 나지막한 2층 건물 안에 들어서자 방역지침에 따라 체온 체크와 출입명부 작성이 이뤄졌다. 이어 마주한 박물관은 ‘만남의 찰나’, ‘삶의 찰나’, ‘역사와 문화의 찰나’, ‘오감의 찰나’로 각 코너가 구분, 1930년대 번성했던 고랑포구의 역사가 그대로 재현돼 있어 설렘과 기대를 불러왔다.

먼저 삶의 찰나로 이동해 1930년대의 연천을 엿봤다. 입구에 들어서자 전시장 중앙을 당당하게 차지한 커다란 ‘황포돛배’가 눈에 들어왔다. 누런 포를 돛으로 달고 바람의 힘으로 빠르게 이동했던 이 배는 고랑포구를 개성과 한성을 잇는 교두보로 만든 주역이었다.

배 옆에 다가서니 물소리와 함께 상인들의 정겨운 호객 소리가 들린다. 황포돛배가 새우젓, 소금과 같이 내륙에서 구하기 힘든 각종 교역품과 곡물을 싣고 한성의 마포나루와 연천의 고랑포나루를 열심히 오가는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졌다.

배 주위로는 약방, 우시장, 화신백화점, 의상실, 주막 등에 당시를 느낄 수 있는 점포들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했고, 곳곳에 관람객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증강현실(AR) 포토존이 구성돼 있어 더욱 실감나는 과거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이어 ‘역사와 문화의 찰나’로 이동하자 다양한 기록과 시각 체험을 통해 고랑포구의 과거를 만나볼 수 있었다. 선사시대, 삼국시대, 일제강점기, 6.25 전쟁을 겪고 난 후 지금까지 고랑포구가 간직해온 다사다난한 기록들이 보기 쉽게 정리돼 있어 교육 효과도 클 것 같았다.

발걸음을 옮겨 체험 코너인 ‘한반도가 간직한 연천의 역사’에 들어서니 연천 경관의 아름다움이 스크린에 그대로 담겨있어 자연스레 탄성을 자아냈다.

또 ‘이름없는 땅’ 코너에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DMZ가 온라인으로 구현. 가상이지만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날것 그대로를 느낄 수 있었다. 비치된 태블릿 기기를 이용해 DMZ를 둘러보는 데는 약 10여 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서해 5도를 지나 강원도 철원, DMZ 동부전선을 거쳐 동해안을 돌아보는 동안 사곶해변(천연기념물 제391호)과 금강산전기철도, 우리나라 유일한 고충 습원이자 2019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등재된 용늪 등을 눈에 담아낼 수 있었다. 자연을 둘러보는 동안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호), 사향노루(천연기념물 제216호), 삵과 갈매기 등 여러 동물이 쏙쏙 튀어나와 주위를 뛰어다녔다.

그 외에도 ‘호로고루 성을 지키자’, ‘패러글라이딩 체험’ 등 다채로운 VR 체험장이 마련돼 있었지만 현재는 방역지침에 따라 체험이 제한됐다.

1층 나머지 공간과 2층에 자리 잡은 ‘오감의 찰나’는 호로고루성, 주상절리와 임진강 물길을 형상화한 실내놀이터와 샌드아트 체험을 통해 연천의 산과 들을 ‘오감으로’ 느껴볼 수 있지만, 역시 방역지침에 따라 내달 12일까지는 한시적으로 이용이 제한된 상태다. 하지만 방역지침이 점차 완화되고 머지않아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 전처럼 어린이들의 ‘오감’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유익한 체험의 장이 될 것이라 기대됐다.

노년층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가족과 연인에게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주는 연천의 명소 고랑포구역사공원. 한껏 올려봐야 하는 높은 건물과 도심의 바쁨은 잠시 잊고 탁 트인 자연경관까지 누릴 수 있는 이곳을 방문해 느긋한 휴식을 만끽하길 추천한다.

*입장료: ▲어린이(만14세 미만) 3000원 ▲청소년(만14세~만19세 미만) 4000원 ▲성인 5000원(단체 관람 시 1000원 할인) ▲군민 ▲관내 주둔 군 장병 등 입장료 20% 감면 ▲36개월 미만 영유아 ▲65세 이상 어르신 입장료 면제

*현재 VR 체험, 일부 전시장 운영 제한으로 한시적 무료입장·관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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