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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문화/스포츠

명소 탐방 / 연천 옥계리 ‘드라마미술전시장’

GN시사신문 기자 입력 2021.09.27 13:50 수정 2022.05.20 13:52

全의상·소품 활용 가능, 드라마 주인공으로 ‘변신’


그런 시절이 있었다.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모래시계·태조 왕건·야인시대 등)의 방영 시간이면 거리의 인적이 뜸해지던 시절.

콘텐츠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미디어 환경이 재편된 요즘에는 상상조차 안 되지만, 그 시절 시청률 50%를 넘기던 인기 드라마 방영시간은 아빠의 귀가를 재촉했고 거실에는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숨죽이며 TV를 지켜봤다.

사실 기자는 책보다 TV와 더 친했다. 역사극에서 국사를 배우고, 시대극에서 지난 사회상을 탐구했으며, 스포츠·느와르물에 담긴 의리에 취하는 등 책에서보다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교훈과 직업군의 매력은 물론 권선징악(勸善懲惡)의 진리를 깨우쳤다.

단, 비현실적으로 잘생기고 예쁜 주인공들이 그려내는 절절한 로맨스 작품은 거울을 볼 때마다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었으므로 크게 선호하지 않았다.

성인이 된 기자는 요즘도 여가시간을 드라마로 ‘힐링’할 만큼 드라마 마니아다. 넷플00·웨이0·티0 등의 플랫폼에서는 추억의 작품도, 최신 방영작도, 미처 놓쳤던 명작들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다시 볼 수 있기에 꾸준히 결제를 하는 편이다.

그렇게 드라마 덕후인 기자는 연천에 ‘드라마미술전시장’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 듣자마자 한걸음에 달려갔다.

연천군 군남면(옥계리 475-4)에 자리 잡은 ‘드라마미술전시장’은 폐교를 개조해 꾸며졌다. 주차장에서 맑은 공기를 느끼는 것도 잠시, 바로 옆 탁 트인 운동장과 잘 관리된 2층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고 계단을 오르는 동안 귓가에 은은하게 전해지는 낯익은 드라마ost가 마음을 더욱 들뜨게 만든다.

전시장 입구부터 놓인 진열대에는 꽤나 많은 드라마 작품의 손때 묻은 대본들과 실제 사용된 소품들이 줄지어있었으며, 한쪽 벽은 당시 촬영 현장에서 기록한 사진들로 빼곡하게 덮여있었다.

반갑게 기자를 맞아 준 ‘노현주 대표’는 “전시된 대본, 의상, 소품들은 실제 배우들이 사용했던 것”이라며 “이곳 드라마미술전시장은 KBS 제작팀에서 근무했던 15년 동안 하나하나 모아 온 소장품을 전시한 곳으로, 여느 박물관과는 다르게 모든 전시품을 실제 입어보고 만져볼 수 있는 생생한 체험형 전시장”이라고 소개했다.

노 대표의 안내를 받아 둘러본 1층 ‘의상대여실’에는 드라마에서나 보던 다채로운 색상의 한복과 군복·교복을 비롯한 유니폼, 예전 무사나 장수들이 입었을 법한 갑옷들이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이 옷들을 입은 유명 배우들이 왕으로, 왕비로, 장군으로, 독립군으로 분해 카메라 앞에서 연기 열정을 불태웠을 광경을 상상해보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어 소품실에 들어서니 권총, 무전기와 같은 작은 소품에서부터 TV, 컴퓨터 같은 인테리어 소품들이 종류별로 전시돼 있었다. 하나씩 손으로 만져보며 은근슬쩍 포즈를 잡아보자 기억 속에 남아있던 드라마의 시퀀스(sequence)들이 다시 생생하게 연상됐다.

드라마미술전시장의 2층은 소규모 세트장으로 꾸며져 있었다. 사극에서 본 듯한 서당과 주막의 모습은 정겨웠고, 임금이 신하들에게 명을 내리던 용상(龍牀)은 그 자체로 위엄이 넘쳤으며 교실, 다방, 만화방, 내무반 등은 지난 1960~80년대의 정취를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노 대표는 “많은 방문객들이 1층에서 옷을 대여한 후 2층 전시장 콘셉트에 따라 드라마 주인공처럼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쌓는다”고 설명했다. 노 대표의 말처럼 각 세트 한 켠에 자리 잡은 방문객들의 유쾌한 사진들은 이곳에서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지 보여주는 듯 했다.

노 대표는 다년간의 드라마 제작 경험을 십분 발휘, 사전에 예약한 학생 단체 관람객에게 미니 드라마 촬영 노하우도 전수해 주고 있다. 그는 “학생 단체 관람의 경우 사전 협의를 거쳐 3~5분 정도의 콘티 작성을 도와준다”면서 “콘티를 바탕으로 필요한 의상과 소품을 활용하고 휴대전화로 각 세트별 씬(scene)을 촬영하는 과정은 친구들과 색다른 추억을 쌓는 기회인 동시에 일종의 직업체험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 대표는 드라마미술전시장의 새로운 도약도 준비 중이다. “현재 전시된 의상과 소품 외에도 아직 보여드릴 것이 많다”며 “전시장 규모를 고려, 개인 소장 중인 미 전시품을 시기별로 순환 전시하는 등 색다른 매력을 계속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시장에 한번 입장한 관람객은 시간제한 없이 온종일 이용 가능하다”라며 “향후에는 전시품 순환에 더해 야외 운동장까지 알차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며, 관람객의 편의 증진을 위한 다채로운 먹거리도 준비할 계획이니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누구에게나 ‘인생드라마’ 한편쯤은 있기 마련이다. 일상의 고단함, 코로나19의 피로감에 지쳐있다면 옥계리 ‘드라마미술전시장’으로 달려가 보시길 추천한다. 드라마미술전시장에서는 어떤 장르이던 당신이 바로 인생드라마 속 멋진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

*문의·예약: ☎834-7310
*주소: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옥계리 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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