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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이란 길이나 공원 등지에서 한뎃잠을 자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은 장애나 질병으로 인해 가족에게 버림받았을 수도, 혹은 경제적 어려움을 못이긴 채 스스로 떠나왔을 수도 있다.
노숙의 이유야 어떻든 이들과 세상 사이는 두껍고 튼튼한 벽으로 가로막혀 있다. 오랜 시간 회피·편견·멸시·배척 등 온갖 부정적 감정으로 쌓여지고, 견고해진 이 벽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존재한다.
지난 1950년 발발한 6.25 전쟁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노숙인은 70~90년대 중·후반 경제 부흥기를 거치며 감소세를 보였으나, 1998년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다시 그 수가 크게 늘었다.
노숙인은 지난 7월 개최된 도쿄올림픽에서도 큰 이슈였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개최 전 ‘국가 이미지 저해 및 미관상 불결’을 이유로 노숙인을 ‘치웠고’ 이런 일본 정부의 행태에 세계 많은 언론들이 주목했다.
하지만 이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며 당시 거리의 노숙인을 강제 집단 수용했고, 국제대회를 치르는 많은 동·서양 국가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대두된 바 있다. 산업화 바람이 불던 1988년에도, 스마트폰이 흔해지고, 민간 우주선이 우주를 여행하는 2021년에도 이들은 여전히 격리와 배척의 대상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동두천에는 노숙인, 부랑인, 장애인, 병환자 등 사회로부터 소외 받은 이들을 60년 넘게 따뜻한 손길과 관심으로 보듬는 사회복지시설 ‘성경원’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1959년 ‘동두천 노숙자·청소년보호소’로 첫 문을 연 ‘성경원’은 1983년 사회복지법인으로 인가 받았다. 이후 1996년 ‘사회복지법인 성경복지재단’으로 명칭을 변경, 올해 개원 62년을 맞았으며 우리 주변 소외된 이웃들이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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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오늘날 성경원은 부모님이 정성들여 심은 복지의 씨앗을 꽃 피우고, 가꾸려 노력한 결과”라며 “현재는 인간다운 삶과 건강한 사회복귀라는 미션 달성을 위해 기초생활보호(의·식·주·의료), 사회심리재활, 여가활용, 직업재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과 함께 원내 시설(숙소·식당·강당·의무실 등)을 둘러보는 동안 카페와 벤치에서 휴식을 즐기고, 헬스장에서 자기관리에 힘쓰는 성경원 식구들을 지나쳤다. 김 원장과 기자를 마주한 식구들은 한 결 같이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이어 도착한 믿음동 내 프로그램실에서는 이진숙 부원장이 반갑게 맞아줬다. 이 부원장은 “성경원의 다양한 프로그램은 식구들의 자존감 향상과 자신감 회복에 초점을 맞춘 재사회화의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안내 받은 프로그램실 내부에는 성경원 식구들이 멋스럽게 빚어낸 도예품, 아름답게 촬영한 사진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고, 보건복지부·동두천시 등 각 기관에서 주최한 경연대회(도예·사진·태권도 등)의 입상 기록이 진열대 가득 줄지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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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원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김 원장과 이 부원장은 “몸과 마음이 무너진 채 입소했던 식구가 이곳에서 생활하며 자존감과 자신감을 회복, 재사회화에 성공할 때 형언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그중에서도 지난 2019년 경기도, 동두천시, LH 등 여러 유관기관과 협력해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한 황정민 씨(37) 사례를 소개하는 부부의 입가에는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갑상선항진증을 앓고, 대인관계 등 사회성이 부족했던 황 씨는 입·퇴소를 3번이나 반복했다. 김 원장 부부는 자립 의지를 품은 황 씨를 위해 약 4년 동안 ▲직업재활 프로그램 ▲징검다리 일자리사업 ▲고용복지센터 취업성공 패키지 ▲LH 주거취약계층 주택 지원 연계 등 자립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 원장 부부와 성경원 식구들은 황 씨가 퇴소한 후에도 세심한 소통과 교류를 지속해 사회에 안착할 수 있게 도왔고, 황 씨는 이제 자립을 넘어 성경원의 후원자로까지 거듭났다. 김 원장 부부는 황 씨처럼 재사회화에 성공하는 사례를 계속 만들기 위해 고민과 노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김 원장은 황정민 씨의 입·퇴소 반복, 그리고 퇴소한 식구들이 사회에 쉽게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여전히 우리사회에 남아있는 편견과 배척 등 냉혹한 시선을 꼽는다. “자신감을 되찾은 식구들은 만류를 해도 퇴소를 선택하지만, 취업을 해도 노숙인 출신임이 알려지면 다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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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 부부가 그리고 있는 성경원의 미래는 “변함없이 지금처럼, 그리고 천천히 한 걸음씩 일궈내는 분명한 변화”다. 이 부원장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정기 진행하던 다양한 야외 프로그램이 중지된 상태고, 미소드림·미라클 봉사단과 같은 봉사활동이 위축되면서 식구들이 답답해하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10월초에는 원내에서 미니운동회, 가을향기축제, 바비큐파티 등을 계획 중”이라고 얘기했다.
김 원장은 “불비한 여건과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도 매순간 최선을 다해주는 직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성경원의 미션인 인간다운 삶과 건강한 사회복귀를 위해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모두가 하나 돼 기쁜 땀 흘릴 것”이라며 밝은 미소를 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