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치찌개, 된장찌개와 함께 한식 찌개류 3대장 중 하나로 손꼽히는 ‘부대찌개.’ 부대찌개는 6.25전쟁을 겪는 동안 미군이 먹다 남긴 햄이나 통조림을 이용해 찌개로 끓이면서 탄생했다.
고기가 지독히 부족했던 그 시절 생존을 위해 미군이 먹다 남긴 서양식 재료에 김치, 파 등을 넣어 끓인 부대찌개는 오늘날 퓨전음식의 시초로 추앙받으며 인기 있는 대중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부대찌개는 재료조달이 쉽던 미군 주둔 지역 중심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마니아들은 동두천, 의정부, 문산, 송탄, 서울 남영동 등을 부대찌개 성지로 손꼽으며 더 이상 미군 잔반을 활용하지 않는 오늘날에는 라면, 당면 등의 사리나 흰떡 등의 재료를 함께 넣어 그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해 먹는다.
소요산 사거리에서 소요산 입구 방향으로 진입하자 금세 강렬한 붉은색을 띤 ‘동두천왓따부대찌개’ 간판이 보인다. 많은 부대찌개 마니아들의 SNS에서 확인했던 그 모습 그대로다.
매장 뒤편 주차장은 15대 이상 주차가 가능해 보일만큼 여유로웠고, 깔끔하게 정돈된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푸근한 미소가 인상적인 차영호 대표(62세)가 반갑게 맞아준다. 수차례 거듭된 방송촬영 섭외를 끝내 고사했다는 차 대표는 “친숙한 음식인 만큼 대단하거나 특별한 맛은 아니다”라며 겸손하게 말한다.
올해로 요리경력 40년이 된 차 대표는 “부대찌개 맛을 위해 6개월 동안 연구에 몰두했었다”면서 “그 결과 각종 육수와 갖가지 재료들이 가장 완벽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을 찾아냈고,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맛을 인정해주셔서 12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얘기하며 푸짐한 부대찌개 한 냄비를 내왔다.
이내 햄·소시지 6종, 떡, 당면, 쑥갓, 두부 등이 풍성하게 담긴 냄비가 서서히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냄비가 열기와 격하게 싸울수록 각종 소시지의 고소함, 알싸한 매콤함, 그리고 쑥갓의 향기로움은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으며 맑았던 육수는 점차 예쁜 선홍빛으로 물들었다.
먹기 좋은 크기의 소시지와 햄, 국물을 한 숟가락 가득 담아 입에 넣으니 먼저 칼칼함을 머금은 감칠맛이 폭발한다. 차 대표는 “매일 2시간 넘게 끓여낸 야채육수와 6개월 이상 숙성한 묵은지의 조합이 기분 좋은 칼칼함과 깊은 국물 맛의 원천”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탱글탱글한 소시지와 햄의 식감은 본연의 맛을 유지한 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으며, 그라운드비프(간 쇠고기)에서 터져 나오는 육즙은 입속에서 국물과 뒤섞이며 동서양의 조화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아울러 당면, 두부, 떡 등 얼핏 조연 같아 보이던 재료들도 국물과 빈틈없는 티키타카를 뽐냈고 밑반찬으로 나온 콩나물무침, 배추김치, 동치미는 정갈해 보이는 그 모습 그대로 부대찌개의 풍미를 뒷받침한다.
부대찌개 냄비가 바닥을 보이기 전 부랴부랴 국룰인 ‘라면사리’를 넣었다. 모든 재료의 개성이 조화롭게 응축된 국물과 만난 라면의 맛은 언제나 옳다는 표현 외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차 대표는 “정성을 담아 끓여낸 야채육수에 더해 소시지, 햄 등 모든 재료는 가격에 연연하지 않고 제일 좋은 것만 사용 한다”면서 “많은 손님들이 인정해준 맛의 차별성을 위해 꾸준히 정성을 쏟는 중”이라고 얘기한다.
12년 동안 한 자리를 꾸준히 지켜온 만큼 단골 고객층도 두텁다. 차 대표는 “연애 중이던 커플이 결혼해 아이 손을 잡고 다시 찾고, 계절마다 소요산을 찾는 등산객 손님들도, 근처 미군부대원들도 자주 온다”며 “코로나19로 생활반경이 좁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철원, 남양주, 인천에서도 단골손님이 오시고 진해와 부산에서는 택배 요청까지 있었을 정도”라며 겸연쩍게 웃어 보인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차 대표는 “흔히들 하는 전단 광고나 SNS 홍보 등을 하지 않았음에도 다녀가신 분들이 입소문 내주시고 꾸준히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음식을 드신 손님들이 맛있다고 칭찬할 때 가장 행복하다. 그저 변함없이, 꾸준하게 이 자리를 지키며 맛으로 인정받는 동두천왓따부대찌개를 이어가겠다”고 말한다.
부대찌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잘 먹은 부대찌개, 열 보양식 안 부럽다’, 라는 말이 예찬처럼 떠돈다. 아직 점심·저녁 메뉴를 정하지 못했거나 혹여 더워서 입맛이 없다면 망설일 필요 없이 ‘동두천왓따부대찌개’로 달려가 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예약문의: ☎862-5233
*가격: 부대찌개(8000원) / 부대볶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