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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기고/ 74년 안보 희생의 대가는 0원, 정부는 동두천을 외면했다

GN시사신문 기자 입력 2025.04.17 11:59 수정 2025.04.17 12:00

동두천시장 박형덕

동두천시에는 ‘육지의 섬’이라 불리는 걸산마을이 있다. 분명 대한민국 땅 위에 존재하지만, 미군 기지 안에 있다는 이유로 단절된 채 살아가는 마을이다.


1951년 미군이 주둔하며 마을 주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출입과 거주, 이동조차 ‘허락받아야 하는 삶’을 살아왔다. 기본적 헌법 권리가 반세기 넘게 제한되고 있는 현실은 도무지 지금의 대한민국이라고 믿기 어려운 모습이다.

지난 2014년, 한미 양국은 걸산마을이 포함된 캠프 케이시를 2020년경까지 반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금껏 지켜지지 않았고, 반환 시기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와 진정성 있는 대책을 기다려 온 주민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뀐 지 오래다.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기지 사령부는 지난 2022년 6월부터 신규 전입 주민에 대한 출입 패스(통행증) 발급을 전면 중단했다. 주민등록은 돼 있지만, 실제로는 마을에 들어갈 수조차 없는 이들이 생긴 것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중대한 인권 침해다.

시장 취임 이후, 걸산마을 패스 문제를 비롯해 지난 74년간 국가 안보를 위해 희생해 온 동두천에 대해 정부가 마땅한 보상과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을 만나 시민의 목소리를 전했고, 지역발전 범대위와 시민들이 다섯 차례에 걸쳐 대규모 궐기대회를 진행하며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한다.

우리 시는 전체 면적의 42%에 해당하는 40.63㎢의 땅을 미군에 제공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주한미군과 그 가족 및 관련 종사자 등 약 2만 명이 거주해 경제가 활기를 띠었지만, 대규모 병력의 평택 이전 이후 미군이 급감하며 지역 경제는 점점 침체됐다.

시의 지속적인 반환 요청으로 23.21㎢의 공여지를 돌려받았다. 하지만 99%가 산지여서 개발이 불가하다. 반면 평지로 활용 가치가 높은 캠프 케이시와 캠프 호비 등 17.42㎢는 반환 계획조차 없는 상태다. 개발 가능성이 높은 기지의 장기 미반환으로 동두천 경제는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경제적 피해 수치는 더욱 심각하다. 보산동과 광암동 일대 자영업체의 70% 이상이 폐업했고 공여지 반환 지연으로 인해 연간 300억 원에 달하는 지방세 손실, 도시 개발 차질에 따른 매년 5278억 원 규모의 경제 손실 등 누적 피해는 25조 원을 넘어섰다.

이런 여파로 2024년 상반기 실업률 전국 1위, 재정 자립도는 도 내 31개 시·군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때 10만 명에 육박했던 인구도 현재는 8만 명대로 줄어들어 이제는 시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이에 필자는 74년간 지속된 안보 희생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으로 ‘동두천 지원 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촉구한다. 미군 기지 이전을 이유로 제정된 ‘미군 이전 평택 지원법’을 통해 평택은 삼성 반도체 유치, 기반 시설 조성 등 약 19조 원의 지원을 받아 인구 60만의 도시로 성장했다. 평택의 선례에 비춰볼 때, 동두천도 이에 상응하는 지원이 꼭 필요하다.

다행히 지난해 5월, 김성원 국회의원이 ‘주한미군 장기 미반환 공여구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동두천이 입은 피해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담겨 있다. 동두천 지원 특별법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치다.

아울러 지난 2014년, 미군의 동두천 한시 잔류 결정에 따라 정부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약 30만 평 규모의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조성 이후 분양과 기업 유치는 온전히 지자체 몫으로 떠넘겨진 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현재 국가산단은 경기 침체와 분양가 상승, 업종 제한 등으로 인해 1단계 선분양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성만 국가가 하고, 나머지는 지자체에 떠넘기는 방식이라면 과연 그것을 ‘국가산단’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이는 정부의 책임 회피이며, 사실상 보상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동두천 시민과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기업 유치와 2단계 사업 추진에 있어 분명한 책임을 지고 실질적인 지원에 즉각 나서야 한다.

더불어 국제스케이트장 유치도 강력히 희망한다. 동두천은 안보 희생의 상징인 미군 반환 공여지를 부지로 제안했고다. 또 자타공인 ‘빙상 도시’로서 위상은 물론, 뛰어난 교통 접근성, 소요산 확대 개발 사업과의 연계 가능성 등에서 타 지자체와 비교해 확실한 경쟁 우위를 지니고 있다.

동두천 지원 특별법 제정, 국가산업단지 조성, 국제스케이트장 유치 여부는 동두천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과제다. 이제라도 정부는 동두천의 절박한 요구에 응답하고, 정당한 보상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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