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 예비 후보자들의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 된 가운데 결국 ‘경기북도 분도(分道)론’이 재점화 됐다. 분도론의 골자는 남부보다 낙후된 북부를 분리, 지역발전의 체계적 기틀을 만들자는 것이다.
경기도 분도론은 1987년 제13대 대선 전 여당이었던 민정당이 처음 꺼냈다. 이후 주요 선거 때마다 표심을 잡기 위한 단골 이슈였다 흐지부지되는 것이 반복, 정치적 이용 대상이라는 비판이 크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예비 후보자들의 의견은 각자 논리에 따라 양분된다. 이낙연 전 대표·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찬성’, 이재명 경기도지사·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박용진 의원은 ‘반대’로 나뉜 상태다.
이들의 상황인식은 다르지 않다. ‘경기북부는 남부와 비교해 경제, 주거, 교통, 의료, 교육 등 대부분의 생활 여건이 낙후돼 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결방안은 선명히 대립된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는 ‘분도를 통한 맞춤형 전략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김민철 의원(의정부)이 발의한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 통과에 “힘을 싣겠다”고 했다. 정 전 총리도 지난 2일 “분도하면 북부에 맞는 정책을 만들기 수월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지사·추미애 전 장관·박용진 의원은 섣불리 나누면 낙후 지역이 더 낙후된다며 ‘시기상조’라 말한다. 이 사안의 실질적 당사자인 이재명 지사는 “지난해 기준 평균 재정자립도는 경기북부(28.2%)와 남부(42.9%)의 격차가 15% 정도”라며 “지금 분도를 하면 재정이 취약한 북부는 가난한 지역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추미애 전 장관은 “요즘은 도시 통합(메가시티 등)이 대세인데 분도 하겠다는 발상은 선거용”이라 비판했고, 박용진 의원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입 등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경기북부 10개 시·군(의정부·고양·남양주·파주·양주·구리·포천·동두천,가평·연천)의 면적은 4305㎢로 충청북도와 비슷한 크기고, 인구는 약 357만 명을 넘어 광역자치단체 기준 서울과 경기남부에 이어 ‘전국 3위’에 올랐다. 또 북부청사, 북부 교육청, 북부 지방경찰청이 있고 법원, 검찰도 독립돼 독자적 교육·행정·사법체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경기북부에는 남부에 비해 극단적 불균형이 존재한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의원과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은 ‘경기북부 설치 추진단’에 따르면 경기도 1인당 GRDP(지역 내 총생산)는 전국평균 3583만 원, 경기도 평균 3531만 원, 경기남부 3969만 원 인데 반해 경기북부는 2401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구 비율에 비해 교육(대학교 21.4%)이나 경제 여건(산업단지 14.7%)이 훨씬 낮고, 공공의료 여건과 도로보급률은 전국 꼴찌 수준이다. 재정자립도 역시 경기남부에 비해 늘 낮으며, 지난2017년부터는 줄곧 하향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경기북부가 낙후되고 소외된 가장 큰 이유는 중첩 규제 때문이다. 수도권이면서 접경지역인 경기북부는 ▲군사시설보호구역 ▲수도권정비계획법 ▲자연보전권역 ▲상수원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등에 묶여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지역개발에 난항을 겪는 등 발전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
달콤했던 정부의 지원 약속은 때마다 입장을 달리하는 말들의 잔치 속에서 번번이 지켜지지 않았다. 이는 이낙연, 정세균 두 총리가 재임 시에도 마찬가지이다.
분도를 ‘반대’하는 측의 대표적 이유인 ‘낮은 재정자립도’가 지방자치, 지방분권의 기준은 아니다. 경기북부 재정자립도가 남부보다 낮지만 경기도를 남·북으로 나눈 18개 광역자치단체별 순위에서는 ‘전북’, ‘전남’, ‘경북’, ‘강원도’ 보다 높다. 이는 분도를 통한 독자적 개발정책을 수행하면 행정의 비효율성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이 외의 이유로도 분도가 어렵다면 이중·삼중으로 얽혀있는 경기북부의 규제를 하루빨리 풀어야한다. 경기북부는 각종 규제가 풀려야만 낙후와 소외의 늪에서 벗어나 균형발전, 자립기반이 마련되고 나아가 주민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이다.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경기북부 분도론에 주민들은 ‘또 시작…’이라며 피로감을 호소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에야 말로 경기도 분도론을 확실히 매듭짓길 바란다. 분도보다 먼저 전략수립과 단계적 추진이 선행돼야 한다면 우선 북부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규제들부터 철폐하는 데 적극 나서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