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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기자의 시선 / ‘질문 사절’을 사절하며

GN시사신문 기자 입력 2021.12.19 11:12 수정 2022.07.01 10:48

정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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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명 앵커의 말을 인용하자면 ‘질문’은 또 다른 권력이다. 상대가 좋건, 싫건 ‘대답’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민주사회에서 위정자나 국가·지자체의 사무를 맡은 자에게 그 지위와 권한을 허락한 시민들이 행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권력은 바로 ‘질문’이다.

그리고 지역 언론은 지역사회로부터 대신 질문할 수 있는 권력을 위임받았다. 하지만 기자로서 요즘 공공기관 담당자에게 질문하거나, 취재 및 보도에 필요한 근거 자료를 요청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답변은 “안 된다”, “없다”, “어렵다”, “제한된다”, “불가하다” 등의 지극히 방어적이고 냉담한 반응이다. 때로는 노골적 취재거부나 선명한 방해의 의도 등 질문을 ‘사절(謝絕)’하는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진다.

이로 인해 취재는 수시로 난관에 부딪힌다. 시민의 궁금증과 제보에서 출발한 질문은 해답의 언저리에 가 닿았지만 왜, 어떻게, 무엇 때문에 그랬고 아직 그렇게 하고 있는지 등의 해명과 설득은 요즘 들어 유독 명쾌하지 못하다.

기자의 질문은 물론 취재 자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고 표현해야 더 적절할 듯하다. 아마 요즘의 상황은 본지를 비롯한 지역 언론이 꽤 오랜 시간 동안 제대로 질문하지 못했거나, 질문했어도 무시당했기 때문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필연일 것이다.

공직사회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하루 대부분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해당 업무를 담당하기 훨씬 전부터 유지돼 오던 시스템을, 그들의 시각에서 해묵었거나 중요치 않은 사안을 물으니 생뚱맞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 취재 이후 보도된 기사 내용이 그들 심기를 불편하게 했거나, 질문으로 인해 부가 업무가 생겼을 수 있다. 혹은 소상히 알려지면 안 되거나, 오랜 시간 놓치고 있었던 사안 또는 과오가 불거질까 난처했을 수도 있다. 그로 인해 기자에게 보내는 시선이 곱지 않음을, 아니 고울 수가 없음도 모르지 않는다.

놀랍게도 이런 불편한 상황은 지역 언론뿐 아니라 같은 울타리 시 집행부와 의회 사이에서도 왕왕 발생한다. 시민의 대변자로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 시의원은 “질문과 자료 제공에 협조적이지 않은 공직사회 내 분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는다.

이어 “올해 관내 아파트 건설과 관련된 문제점에 대해 수차례 시정 질의를 하고, 행정사무 감사 시에도 업무를 처리한 법적 근거들을 요청했으나 특정 부서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다”며 “모든 사안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법과 규정에 기초해 소상히 밝혀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담당 부서는 자의적 판단을 강요하고, 자료 협조 요청은 묵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타까움에 이어 새로운 의문이 돋아났다. 시의원과 언론의 질문에도 경기를 일으키듯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공직사회의 폐쇄성이 과연 시민들에게는 어떻게 비치고, 어느 정도로 체감되는지.

단언컨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거부하거나 회피한다고 해서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해명과 설득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결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최근 묵직하게 체감한 공직사회의 방어적 반응과 노골적 취재거부 및 방해는 언론의 기능·역할은 무엇이며, 왜 질문하는가에 대한 근원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그 점에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일부 공직사회의 냉담한 반응, 질문 사절에 대한 기자의 대답은 ‘질문 사절의 사절’이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무엇을·어떻게 보도할 것인지는 시민과 논의하고, 얼마만큼의 지면을 할애할지 스스로 고민해 결정할 것이다.

취재거부나 방해를 반길 기자는 없지만 이를 또 하나의 도전으로 즐기려는 기자들은 많다. 해왔던 그대로 기자를 포함한 본지의 전 구성원은 세세한 것들을 집요하게 취재하고 정확하게, 겁 없이 보도할 것이며 지역 언론들과 더 강력히 연대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시민사회로부터 대신 질문할 수 있는 권력을 위임받은 언론의 존재 이유이자 책무라고, 결코 잘못됐거나 틀리지 않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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