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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발행인 칼럼/ ‘헤어질 결심’이 만든 ‘공진 현상’

GN시사신문 기자 입력 2024.12.17 11:02 수정 2024.12.17 11:06

GN시사신문 대표 진양현

1940년 11월 7일. 미국 워싱턴 주의 ‘타코마 다리(Tacoma Narrows Bridge)’가 준공된 지 4개월 만에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교각과 교각 사이 길이가 853m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현수교’라는 타이틀을 자랑스럽게 내걸며 개통했던 거대한 다리를 무너뜨린 건 끊임없이 불어온 ‘바람’이었다.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던 다리는 점점 진폭을 키우며 뒤틀리더니 바람과 다리의 진동수가 같아진 순간 무너져 내렸다. 이른바 ‘공진 현상’. 공학자들에 따르면 바람이 만들어낸 작은 진동이 모여 엄청난 힘을 만들어낸 것이다.

공진으로 인해 다리가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은 당시 전 세계 교량 공학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케이블에 의해 교량이 지지되는 현수교 설계 시 바람에 의한 진동이 중요함을 알게 된 것이다. 타코마 다리 붕괴를 기점으로 현수교 설계 시에는 바람에 의한 공진이 필수적으로 고려된다.

8년 전처럼 다시 거리로 나선 사람들. 여전히, 변함없이 정치에서 비롯된 혼돈을 치유하는 건 평범한 ‘시민’의 몫이다. 함께 광장에 서 있지만 시민들은 서로의 이름을 모르고,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직업은 무엇이며 재산은 얼마나 되는지, 그런 것을 궁금해 하지 않는다.

그리고 8년 전 겨울과 같이 경찰에 연행된 시민은 없다. 이들이 머문 자리는 이들 스스로 정돈한다. 민주 시민으로서의 품위와 품격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종북 반국가 세력도, 패악질을 일삼은 만국의 원흉도, 데모꾼도 아닌, 그저 시민일 뿐인 이들이 만들어 낸 2024년 겨울의 풍경이다.

광장은 발랄하고, 교양 있으며, 맑고, 예의 바르고, 어둡지 않았다. 서로가 꺼진 촛불을 다시 밝혀주고, 스스럼없이 응원봉의 배터리를 나눴다. K-pop과 예전 민중가요가 한곳에서 울려 퍼졌다. 주요 외신들의 일관된 평가처럼 흡사 공연장을 방불케 했다.

반면 이들을 적당히 짖어대다 알아서 조용해질 개·돼지들로 여기는 누구들이야말로, 1년 지나면 다 잊고 다시 표를 주는 무지성인으로 폄하(貶下)하는 그들이야말로 어둡고, 탁하고, 예의 없으며, 음험하지 않은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질서 있는 퇴진’을 주장하며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던 그들이야말로 정작 자기들끼리는 너무나 무질서하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그들은 타코마 다리의 공진 현상을 예측하지 못했던 당시의 공학자들처럼, 낡은 사고와 전략과 계산을 가지고 지금의 거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즉, 낡은 생각의 틀로 이른바 보수의 결집을 기도하고 그렇게 해서 아주 조금이나마 기득권의 연명을 원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너무나 졸렬(하는 행동이 천박하여 떳떳하지 못함)하지 않은가.

타코마 다리의 설계자는 바람의 세기만을 계산했을 뿐 바람의 시간을 계산하지 못했다. 바람은 끊임없이 불었고, 다리를 무너뜨린 공진 현상은 바로 거기서 비롯된 것이다.

시민들이 일으킨 바람은 헌정사 세 번째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냈다. 위헌·위법적 계엄 사태에서 비롯된 이 바람은 표결장에서 퇴장하던 국회의원을 보며, 대통령 담화가 거듭될수록, 그날의 진실이 하나씩 공개될수록 거세졌다. 결국 절대 다수 시민의 ‘헤어질 결심’이 ‘공진현상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공진 현상 분석을 통해 교훈을 얻은 공학자들과는 달리, 지금의 보수정당은 전혀 나아지지도, 달라지지도 않았음을 매일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정권유지에만 혈안인 듯한 계산적 주장과 당론, 소신에 따라 표결한 동료 의원을 배신자로 낙인찍는 발언 등을 보고 들으면서 여러 의미에서 굉장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언컨대… 상식적이지 않으며, 시민 눈높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적 유·불리 계산과 기득권에 대한 집착 등은 시민들이 만든 지금의 공진 현상을 누그러뜨릴 수 없다. 이미 8년 전에 뼈저리게 경험했지 않나? 대다수 시민은 안다. 지금의 이 강력한 바람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임을. 그리고 이제 막 당신들을 향해 ‘진로 변경’을 시작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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