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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생활

맛집 탐방/ 가마솥 손두부

GN시사신문 기자 입력 2023.06.20 14:47 수정 2023.06.20 16:16

100% 국내산 콩으로 맛과 영양 잡은 ‘두부 맛집’

예전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 탓인지 몸도 마음도 지치기 쉬운 날들이 계속 된다. 사람의 몸도 자연이라 변화하는 기온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갑작스러운 더위에 쉽게 소진되는 몸 안의 에너지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이럴 땐 음식으로 몸 안의 에너지를 채우는 게 제일 쉬운 방법이겠다. 하지만 메뉴 고르는 게 쉽지 않다. 위에 부담을 주지 않고, 소화도 잘되면서 힘을 낼 만한 건강식이 필요한 요즘이다.

그렇다면 두부 요리는 어떨까? 두부는 일명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는 콩으로 만들어져 풍부한 영양을 자랑하고, 어떠한 음식 재료와도 궁합이 잘 맞아 다양한 요리로 재탄생한다.

두부 요릿집을 검색하다가, 한 블로그에서 ‘양주는 맛집을 하나 잃고, 동두천은 맛집 하나를 얻었다’는 글을 발견했다. 2018년 7월 양주 은현면에서 시작해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했던 곳이다. 동두천으로 이전한 뒤로도 별다른 홍보 없이 입소문을 타고 있는 맛집, 바로 ‘가마솥 손두부’(삼육사로 1002번길 5)다.

내행사거리에서 불현동행정복지센터 가기 전 골목길에 노란색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상호 아래 ‘국내산 100% 콩으로 만듭니다’란 문구가 눈길을 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주방에서는 저녁 장사 준비로 분주하다. 주방 옆 커다란 무쇠 가마솥은 내일을 위해 휴식 중이고, 계산대 옆 공간에는 1인용 돌솥밥이 줄지어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홀은 그리 크지 않지만 50여 명은 너끈히 앉을 수 있을 정도다. 벽에 붙은 메뉴판에는 콩으로 만들 수 있는 메뉴가 대부분으로 ‘짜글이두부, 돼지짜글이두부, 순두부, 청국장, 들기름두부구이, 모두부, 두부김치, 두부버섯전골’ 등이다.

이 집에서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는 ‘짜글이두부’와 ‘두부버섯전골’이다. 예약했던 이 두 가지 메뉴가 애호박볶음과 가지무침, 무생채 등 6가지 기본 찬과 함께 차려졌다.

국물이 자작한 짜글이두부가 끓기 시작하자 매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확 퍼진다. 바르르 끓는 동안 비법 양념 위로 뿌려진 들깻가루가 두부와 어우러지면서 그 풍미가 더욱 진해진다.

두부버섯전골도 끓기 시작한다. 전골은 두부를 넉넉히 담고 채수와 사골을 우린 육수를 부은 뒤 신선한 버섯을 가득 올렸다. 팽이, 느타리, 만가닥, 표고, 새송이, 양송이 등 9가지 버섯이 청경채, 쑥갓, 부추, 파 등의 야채와 함께 맛있게 익어간다.

마침 먹기 좋게 익어갈 때 박이재 대표가 돌솥밥을 들고 왔다. 뚜껑을 열어보니 돌솥밥도 그냥 허투루 짓지 않았다. 흑미, 콩, 호박씨, 해바라기씨 등이 얹힌 돌솥밥은 평소 잡곡밥을 좋아하는 박 대표가 손님들에게도 건강한 한 끼를 대접한다는 평소의 소신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동두천에서 나고 자란 박 대표는 일찍부터 요식업에 종사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특급호텔에 취직하면서 맛있고 특별한 요리를 많이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진로가 정해졌다.
지행동에서 ‘컬투치킨’을 하며 하루 200여 명의 손님을 받는 맛집으로 등극시키기도 한 그는 밤늦게까지 영업을 하며 밤낮이 바뀌는 생활을 하다가 건강식인 두부에 관심을 두게 됐다.

어린 시절, 박 대표의 어머니는 직접 만든 두부를 밥상에 자주 올렸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던 두부는 맛도 일품이지만 가난하지만 정답던 추억의 맛이기도 했다.

어머니께 어깨너머로 배운 두부 만드는 기술과 더불어 전국의 두부 맛집을 돌아다니며 노하우를 익힌 그는 여러 시도 끝에 마침내 가장 맛있는 두부를 만드는 비율을 알아냈다.

두부는 콩과 간수, 물과 소금이라는 간단한 재료로 만들지만, 그 과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게다가 맛있는 두부를 늘 여일한 맛과 식감으로 만들어야 하니 그야말로 시간과 화력에 공을 들이며 온 정성을 다해야 한다.

매일 새벽 6시면 두부를 만든다는 박 대표는 “불을 때기 시작하면 4시간 동안 꼼짝없이 가마솥 옆에서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잠깐이라도 딴생각을 하다간 금세 두붓물이 차올라 넘쳐 버리기 때문이다. 한번 만들 때마다 들어가는 콩의 양은 10㎏. 그 정도 양이면 두부 30모, 딱 한 판 나온다. 그날 나온 두부는 하루 만에 거의 다 소진한다.

어느새 짜글이두부가 먹기 좋게 익었다. 국물과 함께 두부와 팽이버섯을 앞접시에 덜어 맛보니 보기와는 달리 맵지 않았다. 갓 지은 돌솥밥에 쓱싹쓱싹 비벼 한입 물자 부드럽고 고소한 두부와 짜글이 국물의 절묘한 조화가 일품이다. 간은 세지 않았는데 칼칼한 맛이 술안주로도 제격이겠다.

“양주에서 할 때 일주일에 5번을 와 짜글이두부만 먹는 손님”이 있을 정도로 짜글이두부는 이 집의 대표 메뉴다. 짜글이의 또 다른 메뉴, 돼지짜글이두부는 돼지고기에 따로 양념을 해 또 다른 맛을 자아낸다.

식탁 위에 놓인 간장과 고추냉이는 두부버섯전골을 먹을 때 찍어 먹는 소스다. 고추냉이의 색깔이 특이해 물어보니 간장에도 4가지 재료가 더 들어가고 고추냉이도 다른 재료를 추가해 특별히 만든단다. 이 소스에 버섯과 야채를 찍어 먹으니 감칠맛이 올라왔다. 육수를 머금은 두부는 더 부드러워지고 고소한 맛은 한층 더 풍성해졌다.

음식의 맛은 재료에서 이미 판가름이 난다. 이 집 메뉴의 기본이 되는 두부는 연천에서 재배한 백태와 서리태를 섞어 고소함이 더하다. 서리를 맞아가며 자라기 때문에 서리태라 부르는 검은콩은 단백질과 식물성 지방질이 매우 풍부하다. 신체의 각종 대사에 꼭 필요한 비타민B군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일찌감치 그 효능을 인정받아왔다.

그야말로 맛과 영양을 꽉 잡은 콩에다 강원도에서 공수해 온 간수로 만들어진 두부, 그리고 연천에서 오는 고춧가루와 들기름 등 재료부터 공을 들인 탓에 보양식을 먹은 듯 든든해진다.

“국내산을 주로 쓰기에 기본 재룟값이 많이 들어가지만, 손님들이 좋아하시니까 아낌없이 쓰고 있다”는 박 대표는 마침 예약을 하기 위해 손님이 찾아오자 친절하게 웃으며 여러 메뉴를 소개했다. 기자도 거들 수밖에 없었는데, 벌써 세 번째 이 식당을 방문했지만, 그 맛이 늘 한결같았기 때문이다.

종일 땀 흘려 기력을 잃은 지금, 콩의 단백질을 가장 건강하고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두부가 제격이다. 그렇다면 맛있는 두부 요릿집, ‘가마솥 손두부’를 찾아오시라. 다양한 두부 요리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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