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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발행인칼럼/ 괴담, 우려 그리고 ‘태도’

GN시사신문 기자 입력 2023.06.20 14:42 수정 2023.06.20 16:17

GN시사신문 대표 진양현

최근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후쿠시마 제1 원전이 폭발, 원자로 시설에 빗물과 지하수 등이 유입되며 일 평균 140t에 이르는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이후 2021년 일본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130만t을 30년 동안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했고 전 세계적으로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일본과 가장 인접한 우리나라와 중국은 즉각 성명을 발표하며 격하게 반대했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자유한국당 의원들 대다수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성명에 동참했다. 당시만 해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 앞에 여야가 없었다.

“오염수가 과학적·객관적으로 안전하며, 국제법·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처분될 수 있도록 지속 검증해 나갈 것이며….” 이 문구는 최근 유관 부처에서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의 일부다. 정부가 언론에 준 자료이니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알리고 싶은 내용이다.

약 2년이 지난 지금, 후쿠시마 오염수를 둘러싼 여야의 입장은 완벽히 상충된다. 당시 극렬히 반발하던 자유한국당 의원 상당수는 지금의 국민의힘 의원들이다. 이들은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해도 오염수에 포함된 세슘 등 무거운 방사능 물질은 후쿠시마 앞바다에 가라앉아 우리나라 바다로 오지 않고, 삼중수소는 태평양 해류를 타고 이동하며 희석된다는 논리에 힘을 싣고 있다.

정치의 언어는 전에 없이 과격하다. 여당 일각에서는 ‘강제동원 친일몰이로 재미를 본 민주당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를 다음 타깃 삼아 오염수 죽창가를 부른다’, ‘비과학적 죽창 전쟁은 민주당 성향의 학자, 언론, 시민단체들이 스피커가 돼 판이 커지고 있다. ‘후쿠시마’를 15년 전 광우병처럼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야당 일각에서는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를 못해 안달 난 일본처럼 행동하고 있다’, ‘국민의 압도적 반대에도 정부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기준치의 180배가 넘는 세슘 우럭이 국민의 식탁을 넘보고, 우리 어민과 수산업 종사자의 생업 터전이 원전 오염수에 무방비로 뒤덮일 위기에 직면했다’고 날을 세운다.

이러는 사이 도쿄전력은 지난 12일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운전을 시작했다. 결국 국민의 불안감은 폭증했다.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소금이 동났고, 천일염 가격은 3배 넘게 급등했다. 오염수 방류가 임박했다는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소금을 사재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안전하다면 왜 일본에 두지 않고 바다에 방류하려 하는가?” 지난 3일 피지공화국의 피오 티코두아두아 내무장관이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일본의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에게 공개적으로 비판한 말이다.

작금의 논란과 불신을 정확히 관통하는, 우리 정부와 국회가 일본에 묻지 못했지만, 우리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핵심 질문이 남태평양 국가 내무장관에게서 나왔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괴담인지, 합리적 우려인지는 정부와 국회가 수습해야 한다. 당리당략이나 다분히 내년 총선 공천을 계산한 정치적 주장이 과학적 근거와 판단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

정부와 국회는 일본에 각종 시험 성적자료 공개, 시료 직접 채취, 과학적이고 검증 가능한 데이터의 투명한 공개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관철해 국민 불안을 없애야 한다. 관계 개선이 절실하다 해도 국민 건강과 안전보다 먼저일 수 없다. 성급한 방류보다는 우려를 해소할 책임 있는 모든 조치를 먼저 요구하는 게 지금 우리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

재밌게도 과거 일본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당시 발생한 원전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구소련에 대해 극렬히 반대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 그게 고스란히 본인들의 일이 되자 대기 방출, 지하 매설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는 비용이 가장 적게 들어가는 해양 방류를 선택했다. 자국의 비용 부담을 덜자고 주변국 피해를 외면하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팩트다.

고희(古稀)를 넘긴 노(老)기자의 시선에서… 작금의 오염수 논란은 국민이 화(火)를 돋우고 있다. 그 화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안전 문제보다 일본 정부의 내로남불 태도, 우리 정부와 국회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에서 기인한다.

궁금하다. 국민 정서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그렇다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 수단도 보이지 않으며, 국민의 궁금증만 증폭시키는 ‘말 전쟁’이 어떤 클라이막스를 지나 어떤 결과를 낳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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