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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발행인 칼럼/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GN시사신문 기자 입력 2025.06.23 16:05 수정 2025.06.23 16:07

GN시사신문 대표 진양현

‘이름’. 누구나 하나씩 갖고 있는, 내 것이지만 남이 더 많이 사용하는 바로 그것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사람의 성 아래에 붙여 다른 사람과 구별해 부르는 말’이라 규정돼 있다.

세상 모든 부모가 장고(長考) 끝에 자식에게 주는 첫 선물. 건강·행복·성공 등 부모의 소망이 함축된, 평생을 걸쳐 쌓게 되는 인연들이 단박에 ‘나’를 떠올릴 수 있는 그것. 이름일 것이다.

살다 보니 종종 동명이인(同名異人)을 보게 된다. 이름이 같은 친구가 한 반에 두 명이었던 적이 있었고, 미남 배우와 이름이 같았던 군대 동기나 드라마 여주인공과 이름이 같았던 후배는 유난히 기억에 더 남는다.

또 위인과 이름이 같았던 지인의 불의한 모습을 봤을 때는 유독 깊이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 이름이 같아서 다른 이를 연상하거나, 대입 또는 비교를 해왔던 것 같다. 이처럼 ‘이름’은 개인을 해석하는 ‘징표’가 되기도 한다.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후 서울에서만 같은 이름을 가진 18명이 개명을 신청해 이슈가 됐었다. 법조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개명한 사람이 전국적으로는 훨씬 많을 것이라 관측했다. 당시 이들의 개명 신청 이유는 ‘사람들이 놀려서’, ‘사람들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서’, ‘이름이 주는 선입견 때문’ 등이었다.

비교적 최근인 한 중학생의 사례 역시 비슷하다. 15년 넘게 ‘윤성열’이라는 이름을 쓰던 학생은 2년 전 개명했다. 당시는 집권 초기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각종 논란(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 등)을 일으키면서 논란이 컸던 시기였다. 당시 SNS상에서는 ‘윤석열 밈(meme)’이 큰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그의 이름이 모든 부정적 문장의 후렴구가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학생은 ‘윤석열과 발음이 똑같아 친구들로부터 심한 놀림감이 되고 있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새 이름으로 새 인생을 시작하고 싶었다’고 개명 이유를 밝혔다. 아마 그때부터 이미 윤 전 대통령은 중학생들 사이에 ‘바보’, ‘멍청이’로 통했던 모양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연평균 약 16만 명이 개명을 신청한다고 한다. 특히 이ㅇ용, 김ㅇ은, 조ㅇ순, 신ㅇ원, 정ㅇ규 등 매국노·흉악범 등과 이름이 같거나 유사한 경우 개명이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재명’ 비상계엄 사태와 이에 따른 대통령 파면 여파 속에 치러진 사상 두 번째 조기 대선에서 민심은 그를 선택했다. 재밌는 점은 지난 1909년 매국노 이완용을 칼로 찌른 독립운동가의 이름도 이재명이다. 116년 후 같은 이름의 정치인은 재수 끝에 역대 최다득표(1725만7513표)를 기록하며 대통령이 됐다.

‘제 이름도 이재명입니다’ 대선 이후 한 회원제 커뮤니티에 흥미로운 글이 게시됐다. 대통령과 이름이 똑같은 젊은이는 그동안 동명이인으로 살아가며 겪은 일들을 썼다.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었고, 개명을 하라는 말도 들었다는 그는 ‘나중에 내 아이에게 “아빠랑 이름이 똑같은 대통령이 있었는데 그분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정말 잘 지켰어”라고 자랑스레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었다.

부디 이름 뜻(있을 在, 밝을 明. 밝음이 있다)대로 부끄럽지 않게, 이름값을 해달라는 그의 바람이 대통령에게 가 닿기를, 오랫동안 묵직하게 기억되길 바란다. 아울러… 나는 내 이름값을 잘하고 있는지, 우리 지역에서는 어느 누가 이름값을 못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러던 중 문득, 지역 내 딱 ‘세 명’에게는 개명을 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ㅇ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 무두셀라 구름이 허리케인에 담벼락 담벼락에 서생원 서생원에 고양이 고양이엔 바둑이 바둑이는 돌돌이’를 추천한다. 그 누구도 같은 이름을 가진 이가 없도록. 그 누구도 이들 덕분에 부끄럽지 않도록 말이다. 아! 너무 긴가? 그럼… ‘ㅇ잔다르크’, ‘ㅇ동두천의딸’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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