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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명절마다 북적북적했던 시골집, 쉴 새 없이 장작이 태워지던 아궁이, 뜨겁던 아랫목, 혼자 가기 무서웠던 화장실, 메주냄새로 코를 막았던 아이들, 편하지는 않지만 왠지 푸근했던 할아버지할머니의 품. 저마다 비슷하고 아련한 시골집의 기억이 아닐까.
동두천에서 맛으로 추억을 느낄 수 있는 향토음식점이 20년간 한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탑동 왕방산 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민초’라는 작은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계곡풍경과 왕방산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위치에 주변경관과 완벽히 조화된 한옥이 보였다.
입구에서 ‘보리’라는 이름의 누런 진돗개가 격하게 반겨준다. 질긴 생명력을 가진 잡초라는 뜻의 민초. 푸근한 미소와 함께 민초 머슴, 주모라고 소개한 김항구·어경애 부부는 청풍김씨·충주어씨 집성촌인 이곳 동점마을에서 나고 자라 결혼한 동두천 토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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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 이전에는 축산업을 했지만 1990년대 초반 ‘우루과이 라운드’(Uruguay Round)때 크게 무너졌다. 이후 콩, 고추, 들깨 등 가족이 먹을 농작물 재배를 시작으로 직접 기른 식재료와 모친의 노하우를 더해 간판도 없이 순두부보리밥을 선보인 게 1998년 11월이니 올해 딱 20년째다.
나무기둥과 황토벽으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인테리어는 자본과 미적 계산으로 만든 게 아니다. 김 씨의 생가를 부부와 아들이 주변재료로 한 뼘씩 이어붙인 치열한 삶의 기록이다. 크고 작은 황토방, 마루까지 빼곡히 놓인 소품과 포스터 역시 실제 사용한 것으로 민속박물관을 연상케 했다.
민초의 식재료는 ‘우리고장 먹거리 인증점’인 만큼 모두 국내산이다. 동두천과 연천 지역민들이 재배한 토종콩을 직접 공수해 만든 순두부, 부부가 재배해 말린 무청을 보리와 함께 장작불로 지은 ‘순두부보리밥’이 대표 메뉴다. 김 씨는 “자랑할 것 없는 소박한 맛”이라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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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몽글 하얀 뭉게구름을 닮은 순두부는 시판되는 제품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사정없이 부드럽다. 양념장을 넣어도, 안 넣어도 입안에 고소함이 퍼진다. 예사롭지 않은 진갈색 된장찌개는 깊은 구수함과 향긋한 달래향이 묻어났고, 탱글탱글 보리밥은 밥알이 살아있어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재미가 있다. 비빔그릇에 담긴 상추, 콩나물, 무생채, 김가루 등은 고추장과 들기름을 넣고 보리밥을 쓱쓱 비볐을 때 맛도 색감도 더할 나위 없이 조화롭다.
제철마다 가장 맛있는 재료로 반찬을 만든다는 기본 반찬은 깔끔하고 담백해 순두부보리밥의 맛을 한층 높였다. 소박하지만 확실한 맛을 보여주는 조합이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만큼 민초를 찾는 고객도 다양하다. 개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찾아오는 손님, 대학생시절 민초에서 만나 결혼해 아이와 함께 찾는 손님, 입소문으로 오는 손님 모두 맛으로 그 시절 저마다의 추억을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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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부부의 노력과 자부심이 가늠되지 않았다. 순두부와 보리밥은 고혈압, 당뇨, 다이어트에 탁월한 건강식이다. 아침, 점심, 저녁, 평일, 주말, 상관없이 언제든 마음껏 먹어도 된다. 소박한 맛이 불러오는 아련한 추억. ‘민초’로 가족·동료들과 ‘소확맛 과거 시간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문의: ☎867-06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