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오피니언 칼럼

발행인칼럼/ 공무원 승진은 능력 순이어야…

GN시사신문 기자 입력 2022.08.23 16:32 수정 2022.08.23 16:51

GN시사신문 대표 진양현

80년대 후반 영화 제목에 빗대 말하자면… 살아보니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그리고 기자로서 40여 년 가까이 지켜본 지방공무원의 승진은 능력 순이 아닌 경우가 꽤 잦았다. 아주 최근까지도.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5월, 국회에서 ‘지방공무원 인사 공정성 확보방안 마련’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토론회의 핵심은 전국 지방공무원의 승진이 능력 순이 아니라는 것이었고, 이에 100%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좀 더 적나라하게 꼬집자면 그동안 선거를 통해 뽑힌 민선 지자체장 대부분은 친분, 보은, 충성심, 연공서열 등 ‘엽관주의(관직(官職)을 사냥(獵)한다는 뜻, 충성도·기여도에 따라 공직자를 임명하는 인사제도)’에 기초한 인사를 단행했다. 정당의 공천제도와 매우 유사하게.

이로 인해 지자체장이 가진 인사권은 견제와 감시가 불가능한 ‘권력’이 된 반면, 조직 내 행정의 전문성과 연속성은 약해졌고, 공정성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아울러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 인정받고, 승진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인식이 공직사회 내에 번지면서 조직 내 신뢰와 경쟁은 희미해지고, 공무원의 사기는 추락했다.

가족·건강 등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미뤄둔 채 조직에 헌신해 온 직원의 업무 동기를 짓밟는 광경은 때맞춰 반복되기에 더는 놀랍지도, 새롭지 않다.

반면 능력·전문성·자질·책임의식 등 상위직급에 오를 준비가 덜 된 채 승진한 소위 ‘ 0라인’들은 인사권자의 불합리한 지시에도 Yes로 화답했다. 이들은 꽤 오랜 기간 자신들의 입지를 보장받았고, 현재의 불공정한 관행이 조직 내 뿌리 내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워왔다.

인사는 타당해야 한다. 감정을 배제한 채 공정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직원들이 수긍할 수 있다. 타당하고 공정한 인사를 위한 시스템은 이미 구축돼 있다. 하지만 그 시스템이 올바르게 작동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이는… 단언컨대 대한민국 공무원 중에는 없다.

공직생활 중 경험 가능한 승진 횟수는 정해져 있다. 특히 공석 등 분배에 대한 공정성이 제약되는 지자체의 현실에서는 절차적 공정성이 철저하게 지켜져야만 한다.

절차적 공정성은 근무평정과 승진심사의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질 때 지켜진다. 하지만 잊을만하면 공무원 근무평정 조작과 관련한 기사가 터져 나오고, 실력과 능력을 바탕으로 평정 순위 최상위에 있던 직원이 승진자 명단에 빠져있는 사례 역시 꾸준히 생성된다.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되는 인사위원회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왔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상징하는 만큼 내부 이해관계와 무관한 외부위원이 객관적 심사를 해야 하지만 지자체장과의 관계나 친분으로 위촉된 외부위원 일부는 자신의 재위촉(감투)에만 온 신경을 쏟았다.

이런 외부위원은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저 지자체장의 의견을 대변하는 ‘거수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음에 스스로 만족하며, 본인 입으로 위원회 회의 결과를 앞장서 떠벌리곤 했다.

공직생활의 염원인 승진은 철저하게 능력과 실적으로 결정돼야 한다. 그래야만 행정의 전문성과 연속성이 강화되고 각종 부정과 부패가 뿌리 뽑힌다. 상식에 맞지 않는 인사는 공직 내부에 지자체장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신호와 다를 것이 없다.

미국은 1883년 펜들턴법(Pendleton Civil Service Act)을 제정하고 공무원 인사의 근간으로 실적주의(merit system)를 적용 중이다. 이는 ▲기회의 균등 ▲능력 중심의 인사행정 ▲정치적 중립 ▲신분보장을 강조하며 특히 능력의 실증만이 유일한 기준이 될 수 있음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매우 당연한 가치임에도 놀랄 만큼 새로우며 부끄럽기까지 하다.

민선 지자체장의 출범 이후부터 아직 변하지 않는 풍경은 청사 내 지자체장실 앞 결재판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공무원들의 행렬이다.

전자결재 시스템은 진작에 구축됐고, 중앙부처에서는 비대면 보고를 장려한다. 하지만 결재판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직원도, 곧 보고를 받을 지자체장도, 그걸 한발 뒤에서 지켜보는 이도 모두가 한가지는 명징하게 안다.

대면보고 자리는 지자체장의 눈에 들 수 있는 기회이며, 사실상의 면접 평가 자리임을. 그리고 인사제도의 개선과 지자체장의 의지가 수반되지 않는 한 이 뿌리 깊은 불공정은 바뀌지 않을 것임을.



저작권자 지엔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