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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시민들이 심야(22:00~익일01:00)에 약을 구매하거나, 복약에 대해 문의하려 ‘연천’으로 향하고 있다.
관내 약국 40곳 중 심야에 운영하는 약국은 단 한 곳도 없지만, 약 20분 거리의 연천으로 달려가면 새벽 1시까지 붉을 밝히고 있는 ‘공공심야약국’이 있기 때문이다.
시민 A씨는 “최근 코로나19백신 접종 이후 밤늦게 이상반응을 느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를 찾다 연천까지 다녀왔다”며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하는 편의점은 곳곳에 있지만 정확한 성분이나 효과에 대해 문의할 수 없어 방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민 B씨는 “피부 알레르기 때문에 간헐적으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는데 약이 떨어진 늦은 밤, 갑자기 증상이 나타나 연천 공공심야약국에 다녀왔다”면서 “항히스타민제의 경우 의사 처방 없이도 소량 구매가 가능하지만 편의점에선 구매가 불가하다”라고 얘기했다.
동두천시보건소 관계자 확인 결과 “관내 중 심야까지 운영하는 약국은 없고, 심야운영은 자율이라 강제할 수 없다”며 “시는 매년 공공심야약국 희망점을 모집 중이나 운영비, 이용객 저조 등의 이유로 모집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동두천시약사회 관계자는 “시민들이 심야에 급하게 필요한 의약품은 대부분 편의점에서 판매 중”이라며 “약국을 심야까지 운영해도 수요가 많지 않고, 급할 경우 성모병원 응급실에 내원하면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공공심야약국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회원들이 신청하지 않는 한 운영이 어렵다”며 “앞으로 회원들과 토의해 시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안을 바라보는 연천군보건의료원의 시각은 다르다. 군은 지역 공공의료서비스 업그레이드를 목표로 ▲심야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 ▲자가진단에 의한 의약품 오남용방지 ▲전문약사에 의한 안전한 복약지도 ▲경증환자의 불필요 응급실 이용 최소화를 위해 지난 2019년부터 공공심야약국 1곳을 운영 중이다.
이를 위해 군은 예산을 투입해 운영비 일부를 지원중이며 2020년 총 이용객 4575명(월 평균 381명), 올해 7월까지 이용객 3217명(월 평균 459명) 등 많은 환자들이 공공심야약국의 도움을 받은 선명한 데이터를 누적중이다.
약국은 지역 보건의료팀 일원으로 1차 보건의료를 담당하는 전문 보건의료기관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약국의 역할을 약의 조제·단순판매보다 환자건강을 우선하는 환자 지향적 약국으로 강조한다.
이에 발맞춰 공공심야약국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8월말 기준 지자체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공공심야약국은 전국 102곳이다. 서울은 올해에만 9곳을 추가해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40곳을 운영 중이며 경기도 18곳, 인천 13곳, 대구, 부산, 제주 등에서도 31곳이 운영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약국의 공공 서비스 확대를 위해 내년부터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국 지자체별 1곳씩 공공심야약국을 지정, 시범사업으로 진행하기 위해 예산안(24억 원)을 편성해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달 초 예산안 편성의 열쇠를 쥔 기획재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정부 주도형 공공심야약국은 표류할 위기에 놓인 상태다.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이 추진되지 않을 경우, 결국 동두천시의 공공심야약국 운영은 시의 재정적 지원과 약사회의 의지가 더해져야만 가능한 상황이 이어지게 됐다.
시민 C씨는 “공공의료 인프라가 절대 부족한 동두천시에 공공심야약국은 꼭 필요하다”라며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의료 공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제생병원 개원과 같은 장기적 대안과 수익성 문제만 내세우는 시 및 약사회의 입장이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