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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발행인 칼럼/ 음주운전… 그 비극의 끝을 바라며.

GN시사신문 기자 입력 2023.04.18 14:18 수정 2023.04.18 14:19

GN시사신문 대표 진양현

영정사진 속 배승아 양(10)은 여느 또래 친구들과 다를 것 없는… 봄꽃을 닮은 싱그런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지난 8일 오후 대전 둔산동에서 스쿨존 인도로 돌진한 만취 운전 차량에 치인 배 양은 사고 약 7시간 후 세상을 떠났다.

깊은 침통함과 짙은 상실감이 TV 화면 너머까지 전해지던 장례식장 풍경 속, 배 양의 어머니는 딸이 생전에 갖고 놀던 인형을 꼭 쥐고 있었다. 혹시 인형에 남아있을지 모를 딸의 온기, 흔적을 느끼려는 듯 배 양의 어머니는 한껏 웅크린 채 인형에 얼굴을 파묻었다.

배 양의 시신을 실은 관이 운구 차량으로 이동하는 중에도 배 양의 어머니는 관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이윽고 “우리 딸 멀미해요. 천천히 들어주세요”라고 말하면서 끝내 오열했다.

가해자는 전 공무원 A씨(66)로 알려졌다. 그는 소주 반병을 마신 후 운전했다고 주장했지만, 사고 당일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상태로 차에 탑승하는 CCTV가 공개되자 소주를 한 병 정도 마셨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또 그는 법정에 출석하면서 “사고를 막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그렇게 됐다”고도 주장했다.

경찰에 체포될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8%로 면허취소 수준이었고, 만취로 인해 사고 이튿날까지 경찰 조사가 어려웠다고도 전해진다. A씨는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등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스쿨존 교통사고는 2020년 483건, 2021년 523건, 지난해 481건 등 꾸준하고 여전하다. 또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사람은 16만2102명으로 전체 음주운전자 36만4203명의 절반가량이 다시 음주운전을 했다.

3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인원은 7만4913명으로, 전체 적발 건수의 20.5%에 달했다. 즉 음주운전자 5명 중 1명은 3번 이상 음주운전을 한 상습 음주운전자인 것이다.

음주운전은 왜 끊이지 않을까? 왜 반복될까? 그 이유에 대해 많은 이들은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점을 첫손에 꼽는다.

6000여 건의 소송을 겪은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우리나라 음주 사망사고 형량은 평균 4년, 음주운전 사망사고 판결 중 최고 형량은 8년”이라며 “일본은 음주 사망사고 가해자에게 최고 30년까지 유기징역이 가능한 처벌법을 만들었다. 법이 강화되고 20년 이상의 높은 형량이 선고되자 실제 음주 사망사고 건수는 최대 90%까지 감소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실효성 있는 대책의 부재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86년 시동 잠금장치(Ignition Interlocking Device) 도입 이후 음주운전 사망자가 약 19%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시동 잠금장치는 음주측정을 통해 체내에 알코올 성분이 감지되지 않아야만 시동이 걸린다. 또 타인이 대신 음주측정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행 중에도 종종 음주측정기에 숨을 불어넣어야 한다. 현재 미국 36개 주에서 시동 잠금장치 설치를 의무화했고 캐나다, 호주, 스웨덴, 영국 등에도 도입돼 그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도입 논의는 공전을 거듭 중이다. 18대~21대 국회까지 매번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14년째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 지난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도 도입을 권고, 이듬해 경찰청에서 시범사업까지 했지만 입법 무산으로 중단됐다.

최근 음주운전을 세 번이나 한 연예인이 방송에 나와 출연자와 제작진 모두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음주운전을 한 몇몇 배우들의 복귀 시도에는 질타가 이어졌다. 그만큼 음주운전에 관한 사회 분위기는 엄격해졌고, 국민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현재의 선고 형량이나 교육으로는 음주운전이 근절될 수 없음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안다. 우리의 경험은 아무 잘못도 없이, 억울하게 생을 마감해야만 했던 음주운전 피해자들과 그 유족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이제 정치권이 응답할 차례다. 이미 늦었지만, 부디 이번에야말로 음주운전이 근절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가해자가 초범인지, 생계나 처지가 어렵지 않은지 등의 감상은 제도 정비 고려 사항에서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세계를 놀라게 할, 대한민국만의 독창적 음주운전 근절 방안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먼저 적용해 효과가 입증된 타국의 양형기준과 대책을 벤치마킹이라도 해보자는 것이다.

지금껏 그랬듯 유명무실한 법 제정과 실효성 없는 맹탕 대책만 반복한다면 스스로 강조해 온…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정치,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정치는 허언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14년 동안 음주운전으로 8937명이 세상을 떠났고, 59만3000여 명이 다쳤다. 더 지체해서는 안 된다. 절대다수의 국민은 이 어이없는 비극의 끝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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