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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발행인 칼럼 / ‘엄석대’에게 다시 반장을 맡길 것인가

GN시사신문 기자 입력 2026.05.27 14:12 수정 2026.05.27 14:16

GN시사신문 대표 진양현

<사진 :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임, AI활용 생성>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는 교실의 지배자 엄석대가 등장한다. 엄석대는 반장이었다. 그러나 엄석대는 반장 지위를 이용해 교실을 장악했고, 친구들 위에 군림했다.

약한 친구에게는 복종을 요구했고, 마음에 안드는 친구는 배제했으며 순응하는 친구에게는 작은 특권을 나눠줬다. 겉으로는 질서가 있었다. 교실은 통제됐고, 엄석대는 유능한 반장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질서는 상식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 엄석대가 권한을 사유화해 빚은 부정의 산물이었다. 친구들은 침묵했고, 일부는 눈치를 봤으며, 일부는 괴상한 질서에 편승했다.

지난 4년, 동두천과 연천의 지방의회에도 ‘엄석대들’이 출몰했다. 지역을 하나의 학급으로 본다면 주민과 공무원들은 학급 구성원이었고, 의원들은 반장 또는 임원이었다.

이들은 규칙을 바탕으로 학급 일을 공정하게 살피고, 불편한 목소리를 대신 전하며, 학급비를 책임 있게 관리하겠다 약속하면서 권한을 손에 쥐었다.

그러나 일부는 그 권한을 전혀 다르게 사용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에게 막말을 하고, 절차에 따라 학급에 배정된 새 구성원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버틴 반장이 있었다. 그 부당함을 알면서도 침묵하거나, 구성원을 그림자 취급한 임원과 급우들도 있었다.

또 자신이 과거에 대단한 불량 학생이었다며 으스댄 것도 모자라 학생회의 당시 막말을 해 징계를 받은 부반장이 있었고, 모두를 위해 써야 할 학급 비품을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학급비로 떡볶이 등을 몰래 사먹은 임원들이 있었다.

이에 더해 자신이 맡은 학교 대표 역할을 다른 친구에게 떠넘긴 채 수당만 받아 챙긴 임원, 자신이 속한 동아리(정당) 모임 비용에 학급비를 지출하고도 뭐가 문제냐는 임원도 있었다.

아울러 특정 친구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요구한 임원, 자신의 숙제를 다른 급우에게 시키거나 다른 반에서 이미 제출된 숙제를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킨 임원도 있었다.

이런 일은 장난이나 서툰 행동으로 넘길 수 없다. 반장과 임원에게 맡긴 권한은 학급을 위해 쓰라고 준 것이지, 자기 힘을 과시하거나 자기편을 챙기라고 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 의원에게 주어진 권한 역시 주민을 대신해 집행부를 감시하고, 예산을 따져 묻고, 지역의 약자를 대변하라고 주어진 것이다.

의회 안의 지위는 공무원을 압박하거나 친한 소수 지인에게만 세금으로 이익을 주며 생색내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업무추진비는 사적 관계를 관리하라고 준 돈이 아니다. 집행부를 견제하라는 권한도 특정 이해관계를 밀어붙이라고 준 것이 아니다.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다시 투표용지를 받는다. 투표용지에는 정당명과 후보자 이름이 순서대로 나열될 것이다. 그러나 그 순서가 자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정당 공천을 받았다고 해서 지난 4년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최근 적잖은 지역의 엄석대들이 다시 웃는 얼굴로 선거에 나섰다. 누군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누군가는 목적이 뻔히 보이는 눈물로 표를 구걸한다. 그러나 유권자가 봐야 할 것은 눈앞의 표정이 아니라 지난 4년의 행적이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가 봐야 할 것은 단순하다. 그 후보가 지난 4년 동안 자신의 권한을 어떻게 썼는가. 누구를 위해 썼는가. 주민을 위해 썼는가, 자신을 위해 썼는가. 잘못 앞에서 멈췄는가, 침묵했는가, 아니면 동조했는가.

지역의 엄석대에게 한 표를 주는 것은 지난 4년 동안 주어진 권한을 사유화했어도, 세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했어도, 절차를 무시했어도 용인된다는 면죄부를 주는 일이다. 

 

반장과 임원은 다시 뽑을 수 있다. 의원도 다시 뽑을 수 있다. 그러나 다시 맡기기 전에 반드시 물어야 한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주민의 대표였는가. 아니면 지역의 또 다른 엄석대였는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엄석대의 권력은 결국 무너진다. 그러나 ‘엄석대가 왜 그랬나’가 아닌, ‘왜 그렇게 오래 방치됐나’라는 질문은 남는다. 

 

오는 6월 3일 투표는 그 질문에 대한 유권자의 답이 될 것이다. 유권자들은 그 답을 ‘집단지성’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집단지성은 지난번 연천군 경선에서 어김없이 발휘된 바 있다. 지역의 엄석대들이 요즘 유권자를 두려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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