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군 봉사단체인 ‘한국부인회 연천지회’가 지난해부터 약 11개월 동안, 회원들은 모르는 ‘폐업 상태’였음이 드러나면서 지역 내 파장이 일고 있다.
한국부인회 연천지회 측에 따르면 최근 신임 회장 선출에 따른 고유번호 정정 절차를 밟던 중, 2025년 2월 10일부터 단체가 ‘폐업’ 처리돼 있다는 사실을 세무서를 통해 확인했다.
단체 측은 세무 전산상 폐업 신고자가 단체의 전 회장이자 현 연천군의원인 ‘박양희 의원(더불어민주당)’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 의원 역시 본인이 세무서를 찾아 직접 폐업을 신청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당 내용은 연천군의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상태다.
박 의원은 지난 2014년~2018년 해당 단체 회장을 역임했다. 회원들은 ▲퇴임한 전 회장이 왜 단체 폐업 신고를 했는지 ▲단체 법적 지위를 종료시키는 행위임을 몰랐는지 ▲왜 단체와 상의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단체 측 질의에 박 의원은 ①공직자 재산등록 의무에 따라 개인 명의 통장을 정리한 것 ②단체 고유번호 말소는 세무 행정 절차에 따른 결과 ③과거 대표자 변경 및 세무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단체 운영상 문제 ④특정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부적절 등의 내용과 해결책이 기재된 사진(JPG) 형식 답변을 발송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개인 명의 통장 정리가 어떻게 단체 고유번호 말소라는 행정상 ‘폐업’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구체적 인과관계를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박 의원은 ‘개인 명의 통장 정리’를 폐업 신고 핵심 사유로 꼽았다. 하지만 본지가 확인한 해당 단체 계좌 두 개는 모두 박 의원 개인이 아닌 ‘연천군 한국부인회 법인통장’으로 개설돼 있었다.
더군다나 계좌 중 하나는 2016년 12월 첫 발행 이후 재발행 이력이 없고, 또 다른 계좌는 2024년 12월에 통장이 재발행됐다. 즉, 법인계좌 두 개는 모두 단체에 의해 정상 관리되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된다.
또 공직자 재산등록은 ‘개인 보유 재산’을 신고하는 제도다. 2025년 3월 경기도보에 게재된 박 의원 재산공개 기록상 계좌는 총 9개(이 중 농협 계좌 4개)로, 전년도 신고 계좌 수와 변동이 없다. 즉 ‘개인 명의 통장 정리’라는 박 의원 주장과 ‘단체 고유번호 말소’ 사이 연결 고리는 여전히 공백으로 남는다.
세무상 정비가 필요했다면 일반적·통상적 절차는 대표자 변경 신고나 정정 조치다. 본지가 단체 고유번호증을 입수한 결과 박 의원이 회장직을 내려놓은 이후 세 차례 회장 변경이 있었고, 고유번호증은 두 차례 갱신됐다.
즉, 단체의 행정상·실질상 계속성은 유지됐고 활동 역시 중단 없이 이어져 왔다. 이에 ‘실제 행정상 기록’과 ‘과거 대표자 변경·세무 신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박 의원 주장 사이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단체 측에 전달된 박 의원의 답변 형식도 논란을 키운다. 해당 ‘사진’에 쓰인 문제 제기→책임 한정→행정 절차 설명→수습 방향 제시 등의 단계적 배열은 최근 널리 쓰이는 생성형 인공지능(챗GPT등) 활용 문안에서 흔히 보이는 전개 구조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체는 현재 정정 절차를 거쳐 법적 지위를 회복한 상태다. 하지만 박 의원이 원인-결과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현재 상황을 ‘행정 절차의 산물’로 치부하는 등 진정성이 결여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실망감을 토로하는 중이다.
사안을 바라보는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해당 이슈가 정당 신뢰도와 직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공직자의 행정 처리 책임 범위와 도덕적 판단 기준이 도마 위에 오른 만큼, 폐업 신고 경위와 당시 권한 범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당분간 거세게 이어질 전망이다.
단체 회원은 “총회 의결, 공지·논의 과정 없이 회원들 모르게 단체가 말소됐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1년 가까이 유령단체였는데, 회원들이 이유를 모르는 게 말이 되나?”라며 “박 의원은 법률 자문 상 본인은 문제없다면서, 의회 홈페이지 게시글을 내려달라고 한다. 하지만 회원들은 납득 및 이해 가능한 공식 답변을 받아야만 끝낸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는 “비영리단체 고유번호 말소는 단체의 법적·재정적 활동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조치”라며 “신고 당시 대표권의 존재 여부, 위임 관계, 그리고 조치의 필요성과 비례성이 판단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자문했다.
한편, 본지는 연천군의회와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를 통해 박양희 의원에게 해당 사안과 관련한 공식 질의서를 발송했다. 하지만 박 의원은 아무런 회신을 하지 않았다.